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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팀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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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팀 이슈리포트 -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결 분석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2. 19. 선고 2023고단 510 판결)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결 분석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2. 19. 선고 2023고단 510 판결)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동주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정용하 변호사



1. 들어가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24. 12. 19. 근로자 사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하여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법원이 피고인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을 인정하는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첫 사건이므로 시사점이 있습니다.



2.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 12. 19. 선고 2023고단510 판결의 요지

가. 기초사실 및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1) 피해자는 D사의 수급인인 개인사업주 A의 근로자로서, 2022. 2. 9.경 대구 소재 D사의 공장 내 압축성형기 근처에서 사상 작업을 하던 중, 베어링 씰을 제작하는 압축성형기에 끼어있던 플라스틱 수공구(이하 ‘이 사건 수공구’라고 합니다)가 압력으로 인해 압축성형기로부터 빠른 속도로 튕겨 나오며 이로써 왼쪽 이마를 충격당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합니다), 그 충격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2) 검사는 위 사망 사건 관련하여, 『사업주는 기계·기구·설비 및 수공구 등을 제조 당시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도록 해서는 아니 되고,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소속 근로자인 B가 이 사건 수공구를 제조 당시 목적과 달리 사용함에도 이를 방치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는 동시에 이 사건 수공구가 압력을 받고 튕겨나가는 등으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발생케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취지에서, 수급인 A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A의 근로자 B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도급인인 D사 및 D사 대표이사 C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각 기소하였습니다.


나. 법원 판단의 요지

  1)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이 사건 수공구의 제조 당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므로, B가 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다거나 사업주인 A와 C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가사 A와 C가 이를 알고도 방치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안전보건규칙 등 관련규정에서 두고 있는 방호장치에 대한 개별 규정과 그 목적 등에 비추어 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이 사건 수공구가 압축성형기로부터 튕겨 나올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또한,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에서, 피고인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였는지 관련 ① 전담조직을 두었는지(법 시행령 제4조 제2호), ②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였는지(법 시행령 제4조 제6호), ③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였는지(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등을 판단하였고, 『전담조직 구성여부는 적어도 외부에 공시하는 조직도나 인사발령 등을 통해 조직의 설치나 변경내용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이 전담조직 구성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판단하는 한편, 나머지 의무는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인이 전담조직을 구성하지 아니함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불이행하였지만, 이 사건 수공구가 목적 외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수공구가 압출성형기에 끼어들어가 튕겨 나와 사람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근거로, 전담조직을 구성하지 않은 것과 피해자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3. 시사점

  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에서 무죄를 선고한 첫 하급심 판결로서 몇몇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2호 소정 “전담조직 구성의무”의 이행 여부 관련하여, 『적어도 외부에 공시하는 조직도나 인사발령 등을 통해 조직의 설치나 변경내용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일응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이번 판결은, 그간 대다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판결이 인과관계 분야에서 취해온 기존 입장과 다소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간 대다수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중대산업재해는 대부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므로, 이러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제재가 정당화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규칙상 안전보건 조치가 이행되지 아니하였고(2차적 인과관계), 안전보건 조치 위반으로 인해 작업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직접적 인과관계)』는 구조의 ‘2단계 인과관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법리를 제시하였고, 검찰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시 사고와 일견 직접 관련성이 떨어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발견되면, 이로 인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는 2단계 인과관계를 이유로 기소하여,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의 관리에 국한되는 의무가 아니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로 열거된 사항을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는바1, 이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이 매개되지 않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성립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전담조직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이므로, 그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관리하는 의무의 일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본 판결에서, “피고인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전담조직 구성의무 위반과 피해자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2단계 인과관계의 범주가 아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검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본 판결은, 이 사건 수공구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되었다거나 압축성형기로부터 튕겨나와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이 없음을 전제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부연한 것이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전제한 전형적인 2단계 인과관계론을 벗어나 판단한 사례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는만큼,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에서는 법인의 대표자에게 책임이 귀속되어 형사처벌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사법정책연구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 1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