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팀 이슈리포트 -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관하여 완화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관하여 완화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법무법인 대륙아주 송창현 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 송은영 변호사
1. 서설
대법원은 그동안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별개의 처분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다는 확립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합니다)은 처분청이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하더라도, 이에 대해 처분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수 있고, 이를 허용할 경우 법원은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받은 자로서 피고에게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운영하려고 하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은 원고의 업무영역이 아니고, 지역 내 더 이상의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건설폐기물법상 승인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3. 소송진행의 경과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인천지방법원 2022. 12. 8. 선고 2021구합56484 판결)
제1심 법원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없는 경우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하여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건축허가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음에도, 피고가 관계 법규에 근거하지 않은 채 건설폐기물법상 승인이 곤란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건축법상 건축물용도변경허가 및 건축허가 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아, 피고의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원심 법원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누30200 판결)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 ‘원고의 사업계획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라는 점을 처분사유로 추가하였습니다. 원심은 피고가 추가한 처분사유는 거부처분의 근거법령을 추가·변경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유를 관점만 달리하여 새롭게 제시하는 것으로 허용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의 사업계획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2024. 11. 28. 선고 2023두61349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기존의 법리를 제시하면서, 추가적으로 「 (1) 처분청이 기존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사유를 처분사유로 추가·변경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해당 소송과정에서 심리·판단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와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 있고, (2) 처분상대방의 명시적 동의에 따라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할 경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하며, (3) 그 결과 추가·변경된 처분사유도 실체적으로 위법하여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경우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까지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치고, (4) 처분청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를 주장한 것에 대하여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 법원은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제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것을 주장하는지, 추가·변경된 처분 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한 의견진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원심에서 추가한 처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원심 법원은 원고에게 이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가 허용된다고 보고, 추가된 처분사유에 근거한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5. 대상판결의 시사점
가. 동일 소송절차 내 분쟁의 일회적 해결 가능성 제고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처분 당시의 사유와 새롭게 추가·변경된 처분사유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소송절차를 통해 처분이 취소된 경우 행정청은 새로운 사유를 들어 다시 처분을 하고, 처분상대방은 재처분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소송절차가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은 처분상대방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와 무관하게 법원이 이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추가·변경된 처분사유가 위법하여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 해당 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도 취소판결의 기속력이 미친다고 보아, 분쟁의 일회적 해결 가능성을 제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처분당사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같은 소송절차 내에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에 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불필요한 소송절차로 인한 부담이 경감되고,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권 보장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처분청이 소송절차에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처분사유를 새롭게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처분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인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처분상대방에 대한 신뢰보호의 견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처분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방어권 보장에 실질적인 지장이 없는 경우 동일한 소송절차 내에서 새롭게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 분쟁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여, 처분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경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와 무관하게 법원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의 실체적 당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처분상대방의 절차적 선택권을 존중하여 처분상대방으로 하여금 유효·적절한 분쟁 해결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처분상대방은 보다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처분상대방의 동의 여부에 따라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여부가 결정될 수 있으므로, 소송전략 측면에서 처분청과 처분상대방 모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향후 재판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검토하고, 실익을 면밀히 판단하여 대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다. 법원의 석명권 행사 의무 제시
대상판결에 따르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라 하더라도, 이에 대해 처분상대방이 아무런 의견을 밝히고 있지 않다면, 법원은 처분상대방에게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만일 처분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음에도 법원이 추가·변경된 처분사유를 심리·판단하여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행정소송법상 직권심리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향후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처분사유에 대하여 즉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석명권을 행사하여 처분상대방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위와 같은 법원의 적극적 석명권 행사는 처분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절차적 선택권을 존중함으로써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항고소송에서 소송절차의 예측가능성과 공정성을 높여 분쟁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