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규제 리포트 - 국제 플라스틱 협약 무산
국제 플라스틱 협약 무산
1. 주요 내용
부산에서 열렸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이하 “INC-5”)가 2024. 12. 2.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되었습니다. 2022. 3.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 추진 결의가 채택된 이후 2024년 말까지 협약을 만들기 위하여 여러 차례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되었으나 결국 목표 기한까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2025년에 추가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산유국들의 반대
이번 INC-5의 주요 쟁점으로는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의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및 제품 유형의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특히 1차 폴리머의 생산 감축에 대하여 반대를 하였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1차 폴리머 생산 규제 조항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여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러시아 또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보다는 폐기물 관리 및 오염 방지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입장
중국과 인도는 한발 물러나 1차 폴리머의 생산 감축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는 것에는 동의하였으나, 결국 1차 폴리머의 생산 감축 보다는 폐기물 관리 및 오염 방지로 접근하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모호한 태도
미국은 처음에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에 보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여름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주장하는 우호국연합(HAC)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여 미국내 제조업체들을 당황스럽게 하였습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선거로 인하여 내년부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앞으로도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지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할지 여부, 나아가 미국이 지속적으로 협약에 참여를 할지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짐에 따라, 이번 INC-5에서 미국 대표단은 시종일관 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
미국화학위원회(ACC)와 각종 산업단체들은 국제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하여 생산 규제나 플라스틱의 기초가 되는 유해 화학물질 퇴출 대신 폐기물 관리를 통한 접근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세계자연기금(WWF)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생산 규제, 개발도상국에의 강력한 재정 지원 등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논의에서는 각국 정부 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환경단체 등의 입장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유의사항 및 시사점
이번 INC-5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생산 규제를 포함시킬지에 관하여 각 나라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1차 폴리머 생산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것을 지지한 국가가 100여개국을 넘었지만, 세계 1위, 2위, 3위의 1차 폴리머 생산국인 중국, 미국, 인도가 1차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하여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산유국들 또한 1차 폴리머 생산 감축에 강력한 반대를 하였습니다. 이에 2024년 회의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이번 INC-5에서 도출한 내용을 기반으로 추가 협상(INC-5.2)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산업 등 플라스틱 관련 업계는 앞으로 진행되는 협상과 관련 규제 개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