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2025년까지 국내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술과 부품을 70%까지 자급하겠다는 ‘제조 2025’ 정책을 마련하여 개별 기업 지원과 인프라 투자에 힘쓰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중국이 2021년에만 28건의 반도체 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발표하였고, 총 260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관하여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투자 및 기술 개발이 위협적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미국의 기존 공급망은 그 자체로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애플이 2022년 9월 아이폰 14를 발표하고 사전 예약을 받았으나, 그 중 인기 제품인 아이폰 14 프로는 기존에 고객에게 고지했던 기한보다 배송이 5주 가량 지연되었습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하여 아이폰 제조의 허브인 중국 정저우 소재 폭스콘 공장의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던 전 세계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월 자국산 물품 구매 및 미국 내 생산, 제조, 고용 등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005 on Ensuring the Future Is 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을 발표하여 자국산 물품 인정기준 및 우대조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산 물품 조달 허용 요건을 엄격화하였고, 2022년 5월에는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 부문에서 자국산 구매가 의무화되는 내용을 포함하는 ‘Buy America Souring Requirements’ 섹션이 포함한 인프라법(The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입법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은 2022년 3월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국가의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공급망, 이른바 CHIP4 동맹을 제안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어 2022년 7월에는 대중경쟁 상원 법안인 미국혁신경쟁법(USICA) 중 반도체 지원 부분을 발췌한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을 입법하여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우려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거나 증설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2022년 8월에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배터리부품과 핵심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차등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the 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입법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은 2023년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루어진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공급망 체계 구축을 통해 공급망 탄력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아 공급망 3각 연대를 구축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아래에서는 한미일 공급망 3각 연대의 개략적인 내용을 설명드립니다.
한미일 공급망 3각 연대의 의의 및 전망
한미일 3국 정상의 2023년 8월 18일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미일 공급망 3각 연대는 1) 반도체와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을 선정한 후, 2) 주요 품목의 공급망에서 핵심 국가를 선별한 뒤, 3) 해당 국가에 주재하는 한미일 재외공관들 간에 주재국의 정책 동향과 주요 품목에 대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4) 중국 등이 공급망을 교란하는 경우를 대비한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정례적인 협의를 구축해 갈 예정입니다. 주요 품목 선정 및 핵심 국가 선별 등의 기초 작업은 2023년 2월과 2023년 7월 있었던 제1, 2차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에 이어 곧 이루어질 제3차 경제안보대화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번 공급망 3각 연대에서 주목할 점은 한미일 3국이 반도체, 양자, AI, 우주, 슈퍼 컴퓨팅 등 첨단기술 분야를 ‘핵심 신흥 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로 개념화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AI, 우주, 양자 등 핵심 신흥 기술을 대상으로 공동개발, 국제 표준화, 기술 보호, 인력 교류에 이르는 전 주기 협력 플랫폼이 구축될 예정이며, 우선 첨단 컴퓨팅, AI, 신소재, 기후, 지진 모델링 등 분야에서 한미일 3국 공동 연구가 추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와 더불어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 멤버인 7국에 포함되며, 3국을 합쳐 전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의 약 80%를 공급하고 있는 등 경제적,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각종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핵심 소재의 강자인 일본이 손을 잡음으로써 그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륙아주 코멘트
한미일 3국의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연계를 통하여 미국과 일본의 정보 및 외교력을 공유하고 핵심광물 및 기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체계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네덜란드 등이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 장비 등의 자국 수출을 제한하자, 2023년 8월부터 반도체 제조용 희귀 금속 갈륨과 디스플레이 소재 게르마늄의 수출 제한 등의 강수를 둔 바 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희토류 금속 및 화합물 수입 총액 1억 6,000만 달러 중 대중 수입이 전체의 약 78%를 차지할 만큼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고, 한국 또한 레이저, 미사일 유도장치, 핵 원자로, 영구자석, 풍력 터빈 등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 불화수소, 네온 등의 핵심 소재 및 광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 기업 및 기타 수출 기업은 한미일 공급망 3각 연대 구축에 따라 어떤 정책이 구체적으로 입안될 것인지 및 본 연대에 대하여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 것인지에 관하여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대륙아주의 GCG, 워싱턴 D.C. 연락사무소 및 D&A Advisory Inc.는 국내 뿐 아니라 수출 기업들에게 한미일 정책의 변화 및 중국과의 관계 변동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내부통제제도(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하여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륙아주는 필요한 경우 기업과 상호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중국의 동향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주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