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중장비를 생산하여 유럽과 중동, 북미 대륙에 수출하는 A사의 대표이사였습니다. A사는 2008년경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폭등과 이어진 키코(KIKO) 외환파생상품 사태의 여파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고, 한때는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 기업회생절차를 거치기도 하였습니다.
A사는 늘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라는 경영방식을 고수하였고, 이 덕분에 기업회생절차 등의 경영상의 위기를 협력업체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A사의 협력업체들은 자금 관리단을 구성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A사의 생산법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A사와 위 생산법인에 부품을 납품하여 줌으로써 A사로 하여금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당시 A사는 협력업체로부터 미리 부품을 구매하여 제품을 생산한 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품 주문을 받은 후 협력업체들에 부품을 주문하여 완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한 후 그 대금으로 부품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사가 완제품을 수출하여 받은 대금을 회수하기만 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력업체들에게 부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A사의 협력업체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A사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A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부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A사의 협력업체 중 하나였던 피해자 회사도 다른 협력업체들과 마찬가지로 A사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A사에 지속적으로 부품을 납품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피고인의 다른 회사인 B사의 어음을 물품대금으로 지급받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 회사는 위 거래를 하기 5년도 더 전부터 A사와 거래하여오던 상태였고,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 이사 등이 A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업체들의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피해자 회사로서는 A사와 위 거래를 할 당시에는 A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B사가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로 A사와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이 B사는 A사와 달리 재정이 탄탄한 회사라고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가 A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B사의 어음을 지급받는 내용의 거래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피고인을 고소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회사의 고소내용이 타당하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변론을 맡았던 대륙아주는 A사의 협력업체 사장, 피해자 회사의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하여 피해자 회사가 오랜 기간 A사와 거래하여 온 상태여서 A사와 B사가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점, 피해자 회사도 A사의 협력업체들 중 하나로 A사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A사에 부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었고, A사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업체 회의에도 여러 차례 참석하였던 점, 이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는 A사와 B사에 대하여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되어 피고인으로서는 이와 관련한 기망을 할 이유가 없었던 점 등을 입증하였습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기망행위, 피해자 회사의 착오 및 처분행위와 기망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부정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후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검사의 상고는 기각되어 항소심의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본 형사사건은 1심 재판과정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 피해자 회사의 착오 및 처분행위와 기망행위 간 인과관계 모두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여 무죄를 이끌어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입니다.